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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객선 침몰] 안산 단원고 패닉…“제발 살아있기를” 밤새 기도만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16일 오후 3시께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무실 앞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학생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반별로 학생들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뿐이었다. 명단에서 구조된 학생들의 이름만 노란색, 분홍색 형광펜으로 칠해졌다.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한 학부모는 “학교 상황 대처가 너무 잘못됐다. 명단을 확인해 주고 있다고 해서 달려왔는데 색을 칠해 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색깔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바로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00여명의 학부모와 수십명의 학생들, 지역 관계자들이 모인 4층 강당에선 TV 뉴스 속보와 구조된 학생들의 명단이 번갈아 보여졌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구조 명단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와 함께 학교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한 학부모는 뉴스를 지켜보다 “안개가 꼈는데도 배를 띄운 것은 학교 측의 잘못이다. 학교장을 가만히 두면 안 된다”며 소리치는 일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언론과 학교 발표에 의지하는 대신 진도 구조현장에 있는 사람이나 해양경찰청상황실 등 관련 기관과 통화를 하며 고군분투했다.

한 학부모는 통화 중 “얼마 없다고? 나온 애들이?”라는 말과 함께 오열을 터뜨렸고, 옆에 있던 다른 학부모들 역시 이 말을 듣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에 쏟아지는 기자들의 셔터 세례에 고성이 오가며 일순간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한쪽에선 두 손 모아 휴대전화를 붙들고 통화를 하던 한 여성이 아이가 살아있음을 확인 후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

16일 저녁 7시께 대한적십자사에서 파견한 70~80명 남짓의 직원들이 상황실에 물과 빵, 김밥, 음료 그리고 1500장 가량의 담요를 배포했다. 인근 학교에서 지원을 온 7명 가량의 보건 교사들의 도움도 이어졌다. 김희남 보건 교사는 “힘든 상황이라 학부모들이 실신하거나 위험할 우려가 있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밤 12시 30분쯤 4층 강당에 마련된 상황실에 앉아있는 학부모 모습

밤 12시까지 진도를 향하는 버스를 타고 학부모들이 빠져나가자 남아있는 학부모들의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았다. 17일 아침 8시쯤엔 20~30명의 학부모들만 학교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단원고에 따르면 이번 수학여행에는 2학년 학생 338명 가운데 운동부와 비희망 학생, 장애를 가진 특수반 학생 등 13명을 제외한 325명이 참가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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